푸드트럭을 함께 했던 동생과 외식업 브랜드에 대한 얘기를 종종 나눕니다. 그때마다 동생이 항상 언급하며 꼭 가보라던 브랜드인 '용용선생'에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굉장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메뉴의 구성과 맛]
마라를 중심으로 한 중국음식과 고량주를 주축으로한 중국술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6~7개 정도의 메뉴를 먹었는데 모든 메뉴가 평균~평균 이상의 퀄리티였습니다.

마라만두, 고수무침 같은 생소할만한 메뉴들도 있었으나, 맛에서 '새로움'과 '익숙함'사이의 적정지점을 잘 잡아내었습니다. 4명이서 방문했는데 모두 '새로운듯 익숙한데 맛잇다!'와 같은 반응이었습니다.

메뉴의 양도 스페인의 타파스 스타일처럼 작은 플레이트의 구성입니다. 만원이 안되는 메뉴가격으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게 되어있었습니다.

이런 스타일의 가게들이 각광받은 지는 좀 되었는데 봉구비어, 뉴욕야시장, 역전할머니맥주, 그리고 용용선생으로 계보가 이어져가는 듯 합니다.


[술]
'고량주 문화의 개척자'를 내새울 정도로 고량주에 진심인데 실제로 다양한 고량주를 팔고 있었고, 단독수입하는 고량주도 있었습니다.

'고량주하이볼'을 시그니처 메뉴로 내새우는데 이 역시도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에 위치한 메뉴였고, 맛 역시도 호불호가 갈리기 어려운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인테리어]
찾아보니 1930년대 홍콩 뒷골목의 주점을 모티브로 제작했다고 하더군요. 빨강색과 녹색을 중심색으로 사용하며 네온사인과 철창(?)을 포인트로 활용한 듯 보였습니다.

최근 주점들을 보면 인테리어가 과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과하지 않으면서 30년대의 느낌을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직원]
저희가 세트메뉴가 있는 줄 모르고 시키려하니 세트메뉴를 권해주고, 고량주도 다양한 스토리를 들려주며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 지 잘 설명해주더군요.

토닉세트를 시키니, 하이볼의 적절한 비율조합, 잔의 어디까지 따르면 좋은 지 등을 설명해주며 얼음은 서비스로 무한 제공해주겠다며 귓속말하는 제스처를 취하셨습니다. 원래 얼음을 주는건지 진짜 서비스인건지 모르겠으나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게 설명을 잘 해주시더라구요. (뭐 사실유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손님이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할 뿐이죠)


정리하자면, 용용선생은 굉장히 똑똑하게 기획된 브랜드이고, 브랜드 싱크로니제이션도 굉장히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1. 30년대 홍콩스타일 뒷골목의 컨셉
- 메뉴구성만 보면 중국에 더 가깝지만 홍콩이라는 컨셉을 잡았습니다. 최근의 중국의 이미지는 썩 좋지 않으며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반면, 홍콩은 금융의 중심지로 '앞서간다, 자유'와 같은 단어를 연상시킵니다

30년대 홍콩은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기로, 중국과 서양의 느낌이 공존합니다. 지금 기준으로 더 세련되어 보입니다. 홍콩을 컨셉으로 선택하는 것이 중국을 선택했을 때보다 인식적으로 훨씬 우위를 가져갔다고 봅니다.

2. 메뉴의 구성
- 지금 외식업의 트렌드를 모두 잘 버무려놓은 느낌입니다.

다양하게 즐기는 스몰 플레이트의 구성도 좋았고, 음식과 술 모두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의 적절한 중간점을 찾아냈습니다.

고량주의 경우, 최근 5~6년간 대중들에게 재조명을 받고있는 카테고리라고 보는데, 이를 하이볼과 독점유통 시그니쳐 고량주로 풀어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3. 사람
- 컨셉, 메뉴 구성, 인테리어는 결국 모두 따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브랜드에서 사람의 역할을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데요.

용용선생 직원의 서비스는 탁월했습니다.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들은 타 브랜드에 비해 '프로페셔널하다'는 느낌을 주는데요. 용용선생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4. 1층의 리춘시장 vs 2층의 용용선생
용용선생을 나와 역으로 걸어가다가 1층의 리춘식당을 발견했습니다. 규모는 리춘식당이 더 컸지만, 손님의 수는 용용식당과 비슷했습니다.

상권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1층 매장의 월세는 2층보다 적게는 3~4배, 많게는 6~7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매장의 상권을 함께 놓고 본다면 용용선생이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리춘식당과 용용선생의 검색량을 찾아보니 용용선생이 3배 갸량 높더군요. 컨셉도 메뉴도 비슷하고, 1년 늦게 출발했으나 용용선생이 역전한 상황으로 보였습니다. (백종원님이 만든 시장에서 후진입하여 역전하다니 지금보니 엄청 유니크한 사례네요.)

아직 리춘시장을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어 정확한 판단은 어렵지만 브랜딩(컨셉)과 디테일의 차이에서 온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객들이 리춘시장이 추구하는 컨셉인 '중국 먹거리 장터의 중화요리 포차'보다 용용선생의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30년대 홍콩 뒷골목의 주점'을 더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백종원님의 브랜드는 '맛과 가격'에 모든 것을 맞춘 브랜딩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춘시장의 컨셉에서도 느껴지고요.

하지만, 주점의 경우는 '경험'이라는 요소가 일반적인 외식업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시장입니다. 그렇기에 용용선생의 컨셉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네요. ('30년대 홍콩주점 vs 중국 칭따오의 포차')


디테일의 차이도 한몫했다고 봅니다. 플레이팅이 그 중 하나인데, 백종원님의 브랜드는 플레이팅이 투박한 편입니다.

반면에 최근 뜨는 브랜드들은 튀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 탑처럼 재료를 쌓는 것인데, 용용선생의 '마라화산전골'도 이를 활용했습니다.

용용선생이 생긴 지 2년이 채 안된 브랜드이기 때문에 '리춘시장을 이겼다, 성공한 브랜드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매력적인 브랜드였습니다.

용용선생 덕분에 오랜만의 회식이 참 즐거웠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런 멋진 브랜드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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